빙상장은 거대한 냉장고입니다. 얼음을 얼리려면 빙판 아래에서 열을 계속 뽑아내야 하고, 뽑아낸 열은 어딘가로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얼음을 만들수록 건물 어딘가는 뜨거워집니다.
얼음을 얼리는데 왜 열이 나올까?
냉동기는 열을 없애는 장치가 아니라 옮기는 장치입니다. 냉장고 안이 시원한 대신 뒷면이 따뜻한 것과 같습니다. 빙상장에서도 빙판 아래 냉각 배관이 뽑아낸 열은 사라지지 않고 응축기 쪽으로 밀려 나옵니다.
문제는 그 열의 행방입니다. 오랫동안 이 폐열은 지붕 위 냉각탑을 통해 공기 중으로 버려졌습니다. 열을 뽑아내는 데 에너지를 쓰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다시 냉각탑을 통해 외부로 버리는 구조가 반복돼 온 셈입니다.
핀란드 연구가 계산한 것
핀란드 아이스홀을 대상으로 한 2023년 연구가 이 열의 규모를 따져봤습니다. 세 갈래에서 나오는 폐열을 모두 회수하는 시스템을 모델링한 결과입니다.
| 폐열원 | 어디서 나오나 |
|---|---|
| 냉동 공정 | 빙판을 얼리는 냉동기의 응축열 |
| 생활배수 | 샤워·세척에 쓰고 버려지는 온수 |
| 제습 응축열 | 실내 습기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열 |
결과는 구매 지역난방의 최대 99%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조건이 붙습니다. 폐열의 온도를 끌어올리려면 히트펌프를 돌려야 하고, 그만큼 구매 전력 비용이 약 9% 늘어납니다.
숫자를 읽을 때 하나 더 짚어야 합니다. 이 연구는 실제 설치 후 측정한 값이 아니라 시뮬레이션 결과입니다. 잠재량을 보여주는 수치이지 실적이 아닙니다.
그래도 그냥은 쓰지 못한다
99%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앞에 붙은 조건입니다. 폐열이 거기 있다고 해서 바로 난방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첫 번째 문제는 온도입니다. 냉동기에서 나오는 폐열은 난방에 바로 쓰기에는 온도가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연구도 히트펌프를 함께 써서 폐열의 온도를 끌어올렸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시간입니다. 폐열은 빙판을 유지하는 동안 꾸준히 나오지만, 난방 수요는 시간대와 계절에 따라 달라집니다. 연구가 축열조를 함께 넣은 것이 이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온도는 히트펌프가 끌어올리고, 시간의 격차는 저장이 메웁니다. 열을 붙잡아 두었다가 필요한 시점에 꺼내 쓸 수 있어야 비로소 회수한 열이 쓸모를 갖습니다.
빙상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같은 구조가 냉각이 필요한 모든 시설에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냉동창고, 산업용 냉동 설비는 모두 끊임없이 열을 뽑아내고, 뽑아낸 열을 버리고 있습니다. 도시 한복판에 놓인 열원인 셈입니다.
산업 폐열이 전체적으로 얼마나 버려지고 있는지는 다음 글에서 정리했습니다.
결론
빙상장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폐열의 양이 아니라 조건입니다. 열은 이미 거기 있고, 문제는 필요한 온도로 필요한 시점에 그 열을 건네줄 수 있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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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Yuan, X., Lindroos, L., Jokisalo, J., Kosonen, R., Yang, B., Tian, Z. (2023), “Various waste heat recoveries and potential energy savings in an ice hall in Finland”, Building Simulation 2023: 18th Conference of IBPSA — 폐열 회수로 구매 지역난방 최대 99% 대체, 구매 전력 비용 약 9% 증가 (시뮬레이션 기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