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는 차갑게 마시지만 만드는 과정은 대부분 뜨겁습니다. 포르투갈 리스본 인근의 한 양조장도 그 열을 얻으려고 오랫동안 가스를 태워왔습니다. 이 공장이 이제 스팀을 만드는 에너지원 자체를 태양광과 열배터리로 바꾸려 합니다.

사진: engin akyurt / Unsplash
맥주 한 잔에 들어가는 열
양조장에서 열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곳은 살균과 세척입니다. 완성된 맥주를 저온살균해 유통기한과 품질을 확보해야 하고, 수만 리터 규모의 발효·저장 탱크를 CIP 방식으로 세척하는 과정에서도 뜨거운 물과 열에너지가 계속 필요합니다. 대형 양조장의 스팀 소비량이 상당한 수준인 이유이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가스 요금과 탄소 배출로 돌아옵니다.
CIP(Clean-in-Place)는 배관과 탱크를 분해하지 않고 세정액을 순환시켜 내부를 씻어내는 방식입니다. 설비를 뜯지 않아도 되는 대신 세정액을 데우고 순환시키는 데 열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양조장이 탈탄소를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답은 태양광입니다.
태양광만으로는 왜 안 되는가
포르투갈처럼 일조량이 풍부한 나라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하나 있습니다.
태양은 낮에만 뜨지만, 맥주 공장은 24시간 스팀이 필요합니다.
해가 지거나 흐린 날 발전이 끊기면 생산 라인이 멈춰 설 수 있습니다. 낮에 생산한 전기를 열로 저장해 두었다가 스팀이 필요한 순간 다시 꺼내 쓸 수 있어야, 태양광이 가스 보일러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열배터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태양광과 열배터리를 결합한 방식
열배터리 기업 론도 에너지(Rondo Energy), 포르투갈 종합 에너지 기업 EDP, 그리고 하이네켄(Sociedade Central de Cervejas)이 함께 답을 내놨습니다.
구조 자체는 직관적입니다. 부지에 새로 짓는 7MW 규모 태양광과 장기 재생에너지 전력 계약으로 확보한 전기로 론도의 내화 벽돌 열배터리를 초고온까지 달구어 둡니다. 그리고 스팀이 필요한 시점에 이 벽돌이 품은 열을 꺼내 공정 스팀을 만듭니다. 전기가 쌀 때 만들어 둔 열을 필요한 시간으로 옮겨 두는 셈입니다.
리스본 인근 비알롱가 공장에 들어가는 이 열배터리는 100MWh 규모로, 2027년 4월 가동을 목표로 합니다. 음료 업계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열배터리 프로젝트이고, 유럽투자은행(EIB)이 참여한 유럽 내 열배터리 확대 투자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기존 방식과 무엇이 달라지나
양조장 입장에서 실제로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변화는 에너지원입니다. 천연가스를 태워 스팀을 만들던 자리에, 재생에너지 전기로 저장해 둔 열이 들어옵니다.
| 구분 | 가스 보일러 (기존) | 태양광 + 열배터리 |
|---|---|---|
| 에너지원 | 천연가스 | 재생에너지 전기 |
| 열을 만드는 방식 | 가스를 태워 스팀 생산 | 저장해 둔 열로 스팀 생산 |
| 24시간 공급 | 가능 | 저장된 열로 가능 |
| 탄소 배출 | 연소 과정에서 직접 배출 | 운전 중 직접 배출 없음 |
| 공정 개조 | — | 스팀 형태가 같아 기존 설비 활용 |
가장 중요한 것은 스팀의 형태가 같다는 점입니다. 생산 라인은 그대로 두고 연료만 바꾸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왜 이 사례가 중요한가
가스를 태워 스팀을 만들던 맥주 공장이 태양 빛과 저장된 열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한 공장의 비용 절감을 넘어, 탄소 배출의 사각지대로 불리던 산업용 열에너지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보여주는 것은 사실 단순합니다. 산업 현장에 필요한 것은 전기 그 자체가 아니라,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온도의 열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입니다.
GIGAette가 개발하는 IsoTES®도 같은 문제를 겨냥합니다. 저장한 열을 방전하는 동안에도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산업 공정이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 안정적으로 열을 공급하는 정온 열에너지 저장 시스템입니다.
산업 공정열이 왜 탈탄소화가 어려운 영역인지는 다음 글에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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